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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수술

[치질수술 후기] 수술 당일

경호강메기탕 2018. 8. 15. 00:52

#1

예약시간(오후 2시 30분)에 맞춰서 병원에 도착했다. 배정된 병실로 가서 짐을 풀고 간단한 설명 및 문진표 작성을 마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수술 전 척추마취의 부작용에 대해서 많이 들어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꼬리뼈 마취+수면 마취로 진행된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치 않은 치질 환자로써의 마지막 담배를 폈다. 수술 후 회복까지는 거동이 불편할 것이고 거동이 편해지면 더 이상 치질 환자가 아닐 테니까..

수술 전 항생제와 영양제 주사를 맞고 관장을 했다. 내 평생 첫 관장이었다. 사실 나는 이전부터 관장에 대한 미묘한 환상이 있었다. 관장약을 투입하고 잠시동안만 참으면 힘들이지 않고 쾌변할 수 있으니 말 그대로 손 안대고 코 풀기 아닌가. 그런데 아니었다. 세상세상 이렇게 더러운 기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을까. 엄청나게 찝찝한 기분을 5분도 채 참지 못하고 변기에 앉았으나 아랫배 통증만 있을 뿐 쾌변하지 못했다.

수술 전부터 식은 땀이 줄줄 났다. 그렇게 찝찝함을 안고 수술 대기실로 가서 누웠다.


#2

누워서 대기하고 있은 지 30분쯤 지나니 달달하게 졸음이 몰려왔다. 슬슬 잠에 들려고 할 때쯤 수술실로 갔다. 아까 쾌변을 못했던지라 양해를 구하고 한번 더 볼일을 보러 갔다. 가뜩이나 초면에 똥꼬를 까는 실례를 범할 예정인데 속이라도 깔끔하게 비우는 게 최소한의 예의겠지..

수술실 침대는 중간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 나와있는 구조였다. 엎드려 누우면 환부가 볼록 솟을 수 있도록..

수면 마취에 빠져드는 느낌이 괜히 불쾌할 것 같아서 최대한 버텨봐야겠다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수술이 끝났단다. 기억이 끊긴 것도 못느낀새에 잠들었다가 깼나보다ㅋㅋㅋ 약간 몽롱한 느낌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주 멀쩡했다. 간호사분들의 부축을 받아 엉덩이 부분이 뚫린 휠체어에 올라타서 병실로 돌아왔다. 병실로 돌아와서도 나는 내가 정말 잠에 빠져 수술을 받았는지 믿지 못해서 간호사님께 저 정말 잠들었어요? 코도 골았어요? 물어봤는데 간호사님이 엄청 크게 웃으면서 30분 정도 수술 진행했고 코는 좀 골았다더라...


#3

수술 후 마취가 덜 풀려서인지 아무렇지 않다고 실실 쪼개던 것도 잠시, 2시간쯤 지나니 슬슬 통증이 몰려왔다. 정말 엄청나게 아팠다.

따갑거나 쓰라린 종류의 통증이 아니라 굉장히 묵직한 느낌이었다. 문지방에 발을 찧었을 때 3초 정도 죽을 것 같은 통증이 오는데, 그게 3초가 아니라 그 느낌 그대로 끊임없이 연속해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잠이라도 자고 싶었는데 너무 아프니까 잠도 안오더라ㅠㅠ

무통주사 버튼은 암만 눌러도 효과가 없었다. 끙끙 앓다가 밤에 진통제 주사를 맞으니 좀 살 것 같았다. 몇 시간전에 받아 놓은 저녁밥을 대충 먹고 한 세 시간쯤 잤나? 또 아까와 같은 통증이 찾아와서 참다참다 간호사실에 전화해서 진통제 주사를 맞고 다시 잠에 들었다.


※ 통증 강도 : 죽지는 않는다. 다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다.

※ 통증 지속시간 :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그런데 1초가 1년 같았다.


여러분 치질 조심하세요 진짜 아픕니다 평소에 엄살이랑은 거리가 먼 저이지만 소리내서 끙끙 앓았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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