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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비슷하듯

찬 바람 한번에 불편감이 찾아오는 약한 편도 탓에 편도 제거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다.

 

 

#0. 수술 전 준비 (검사, 입원)

 

수술 전 시간을 내어 심전도, 엑스레이, 소변검사, 미각검사 등등 간단한 검사를 했다.

수술 전 준비는 앞선 두번의 치질 수술과 다를 것이 없어 매우 익숙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고 하면 편도 제거 수술은 전신 마취 수술로써 수술 전날 입원하여 금식이 필요했다.

전날 저녁 입원해서 와이프와 저녁을 먹고, 늦지 않게 잠에 들었다.

 

 

#1. 수술 당일

 

아침 일찍 원장님과 간단한 면담이 있었고, 오전 10시 30분 수술실로 입장했다.

누군가는 침대에 누워진 상태로 수술실로 이동한다고들 하는데 난 그런 거 없이 담백하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갔다.

원래 잘 긴장하지 않는 성격인데다가 워낙 수술실이란 공간이 익숙하니...

(귀찮아서 쓰다 말았지만 나는 작년 8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치질 수술을 겪었다.)

마취전문의 선생님께서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묻는 말들도 건성건성 대답하고 누워있으니 눈꺼풀에 싸한 느낌이 들었고

이렇게 마취가 되나보다... 하며 잠들었다.

눈 떠보니 장소는 잠들기 전과 같은 수술실이었으나, 수술 침대 옆에 마련된 간이 침대에 앉아 있었고 간호사분이 내 등을 두드려 주고 계셨다. 가래를 배출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한다.

비몽사몽인 채로 병실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11시 35분쯤.

마취가스 배출을 위하여 3시간동안 수면 금지라고 한다.

 

심한 편도선염에 걸렸을 때의 통증 수준이었다.

무언가를 삼키려고 하면 이물감과 묵직한 통증에 인상은 찌푸리지만 딱 그 정도.

통증보다는 무통주사 탓에 속이 울렁거려 불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겁도 없이 무통주사 주입을 중지했으나,

통증이 오는 위치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 외에는 특별히 고통이 더 심해지지도 않았다.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다.

 

3시간이 경과하여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저녁 6시쯤 식사시간.

평범한 유동식 식단이었다.

소고기 야채죽, 동치미, 계란찜, 연두부.

알갱이도 있고 적당한 간도 되어 있었다.

여기 병원 원장님께서는 다른 곳의 선생님들과는 달리 빠른 치유를 위해 과감한 식사를 종용하셨다.

특별히 거칠거나 자극적이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식사를 많이 하라고..

몸도 피곤하고 목이 영 불편했으나 원장님의 조언과, 지켜보는 와이프와 가족들에게 걱정끼치기 싫어서 씩씩하게 다 비웠다.

 

저녁에 필히 맞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항생제 주사가 밤 열시가 지나도록 오지 않아 간호사실에 물어보러 갔는데,

이미 저녁에 놔드리지 않았어요? 라고 되묻는다.

아닌데...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아니라고 했더니 한 십분쯤 지나서 머쓱하게 웃으며 까먹었다며 허겁지겁 항생제 주사를 놔주신다.

내일 퇴원할까 아니면 병원의 추천대로 하루 더 지내다 퇴원할까 고민하던 차에 차라리 잘됐지 하며 내일 퇴원을 결심했다. 어차피 입원해있는다 한들 적극적인 케어 말고는 집에서 쉬는 것보다 모든 면에서 불편한데, 심지어 케어마저 적극적이지 않다면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지 않는가.

그렇게 퇴원을 결심하며 잠에 들었다. 침 삼킬 때 조금 심한 편도염 정도의 불편함을 제외하면 참을만 했다.

 

#2. 수술 2일차

 

어제와 같았다. 심한 편도염에 걸렸을 때와 동일 수준의 통증.

목소리 내기는 어제보다 더 힘겨운 느낌이었다.

 

아침은 엊저녁과 동일 식단이었으나 소고기 야채죽이 아니라 간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흰쌀죽이라 좀 뜨다 말았다.

점심쯤 퇴원했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누우니 훨씬 편안한 기분이었다.

저녁은 닭죽을 먹었는데, 간도 안돼있고 차가운 죽을 먹는 게 괴로웠지만 빨리 나아야 한다 생각하며 두 그릇 비웠다.

 

밤에 누웠을 땐 이 정도라면 금방 낫겠는데? 하는 나름의 건방(그 순간에는 자신감이었지만) 속에 잠들었다.

 

 

#3. 수술 3일차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에 꽤 묵직한 통증이 있었고, 귀도 좀 먹먹했다.

남들이 말하는 수술 후 5~7일차 쯤 찾아오는 통증 느낌이었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약을 먹으니 잦아들었다.

 

꼬박꼬박 죽과 스프를 챙겨먹고 있으나, 아무래도 유동식이다보니 금방 배가 고파온다.

실 식감이 영 별로라 배가 부를 때까지 먹기도 쉽지 않지만.

 

한 5끼를 챙겨 먹었으나 배가 부르지 않다.

오늘은 별 특별할 게 없는 하루였다.

오늘 아침의 통증을 내일 아침엔 피해보고자 잠들기 직전 진통제 한 알 먹고 잤다.

 

#4. 수술 4일차

 

아침 통증은 어제보다 덜 했으나, 거울을 보니 오른쪽 편도 부분에 출혈 흔적이 있어 당황했다.

새벽에 마른 기침 때문에 두어번 잠에서 깼는데 그 탓인가 싶기도 하다.

흔적만 있을 뿐 지속적인 출혈은 없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

 

수술 후 첫 외래 진료.

생각보다 아주 잘 낫고 있다고 하셨고, 다른 사람에 비해 치유가 빠른 편이라고 칭찬하셨다.

수술 전 면담 때와 같이 음식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만 피하고 아무거나 다 먹으라신다. 밥도 괜찮단다.

출혈 흔적에 대해서는 별 말씀은 없으셨으나 알보칠을 덕지덕지 발라주셨다.

 

집에 와서 스프와 부드러운 치즈케익으로 점심을 먹는데 너무 역했다.

금세 질렸다.

그래도 안먹으면 치유가 늦어지고, 치유가 늦으면 이런 식생활을 더 오래 해야 하니 꾹 참고 먹었다.

 

저녁엔 연어회에 도전해보았다.

먹다 보니 욱씬함은 찾아왔지만 그래도 견딜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