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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술 5일차

 

어제와 똑같이 아침에 출혈 흔적이 보였다.

얼음 가글 두어번 하니 금방 지혈됐다.

새벽에 몇번 했던 기침 때문인 것 같았다.

 

어제 밤에는 가습촉촉 마스크를 하고 잤는데, 확실히 목이 편안했다.

그런데 잠에서 깼을 땐 마스크가 없었고(잠결에 벗었던 것 같다) 출혈이 있었던 걸로 보아 마스크의 역할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죽이나 스프같은 유동식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기력이 없어지고 있다...

점심엔 생생우동에 도전해봤다. 간이 된 음식이라 목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졌지만, 무엇보다도 맛이 별로였다.

유동식보다는 낫지 않느냐 라고 의아해하겠지만, 사실 우동은 원래 뜨거워야 하는 음식이다.

뜨거워야 하는 음식을 억지로 식혀 먹으니 제 맛이 안날 수 밖에..

느끼하고 미식거리는 느낌이 꽤 오래 들었다.

 

저녁엔 와이프가 진수성찬을 차려주었다.

둥지냉면, 묵사발, 참치죽..

그런데 먹지 못했다. 이젠 차가운 음식은 다 싫을 지경이었다.

와이프에게 미안했지만 별 방도가 없었다.

 

통증은 다른 블로그에서 말하는 것처럼 확실히 점점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는 있으나,

그냥저냥 참을만한 고통 수준이다.

수술 1, 2일차에 비하자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통증이 찾아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모든 상처 회복이 그렇듯, 낫기 직전이 가장 아프고 불편한 법이다.

실제로 상처 부위를 육안으로도 회복이 진행되는 게 보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기쁜 마음으로 고통을 감내하는 중이다.

 

 

#6. 수술 6일차

 

오늘은 자고 일어났을 때 출혈 흔적이 없었다.

통증은 어제보다 조금 심해졌지만 여전히 참을만한 정도.

 

그런데 한 가지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상시 빈혈기가 있고 속이 미식거린다.

음식을 제대로 못먹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약을 먹어서인 것 같다.

 

점심에 갑자기 피가 살짝 났다.

가글 한두번에 또 멎긴 했지만, 자꾸 출혈이 반복되니 괜히 찝찝했다.

 

저녁에는 드디어(?) 묵직한 통증 외에 칼로 베는 듯한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

이런 통증은 회복이 상당 수준 진행되었다는 뜻이라고들 하던데 그래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통증은 심해졌지만 그래도 차도가 보이니 다행이다.

 

 

#7. 수술 7일차

 

수술 후 최악의 통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3일차부터 이통은 있었으나 오늘처럼 심하진 않았고, 목에서 오는 통증도 묵직하고 날카로움이 최악이었다.

근거도 없이 나는 오지 않으리라 믿었던 7일차 고비가 나에게도 왔나 싶었다.

아주 작게 출혈 흔적도 있었다. 출혈량도 적고 지혈도 금방 되기에 큰 걱정은 없지만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좀 답답하다.

 

아무리 심한 통증이어도 진통제 복용 후에는 어느 정도 사그라드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점심을 몇 숟갈 뜨지도 못하고 잠깐 잤다.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아 진 듯 해서 와이프가 해준 짜장면에 삶은 계란까지 먹었다.

저녁에는 한결 고통이 가벼워져 좀 살만했다.

 

 

#8. 수술 8일차

 

출근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어서인지, 요새 자꾸 새벽 서너시면 눈이 절로 떠진다.

통증과는 무관한 기상이다.

통증은 별로 심하지 않았지만 금방 다시 잠들 것 같지 않아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출혈도 없었고, 진통제 덕에 통증도 가벼워 오랜만의 개운한 아침이었다.

 

와이프 출근시켜주고 짜장범벅에 도전했다.

생각보다 목에 자극이 없어 정말정말 오랜만에 나름 괜찮은 식사를 했다. (고작 짜장범벅 하나인데..)

이제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있구나 하는 게 확 체감이 됐다.

 

점심은 무리하지 않으려고 두유에 치즈케익으로 떼웠고,

간식은 감동란, 저녁은 뜨겁진 않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식히지도 않은 튀김우동에 도전했다.

전혀 문제 없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